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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_까만 일기장, 글씨는 별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_부끄러운 나의 이중성

by 이랑(利浪) : 이로운 물결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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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퇴사 후 '노무사'라는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의 원천은 분노다. 

 

1년이 조금 넘게 일을 하면서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회사와 

 

잘 살기 위해 일을 했는데, 일을 하기위해 살아가는 

 

주인을 잃은 나의 모습을 보며 현타가 많이 왔다.

 

'나는 노동자의 자식으로 태어나 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을까?'

'회사의 야근은 왜 당연한 것이고 칼퇴는 왜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하는 걸까?'

'무슨 오징어 잡이 배들도 아니고 밤에 저 빌딩들의 불빛은 왜 꺼지지 않는 걸까?'

'왜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하청업체는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어야 할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와 차별은 단순히 개인의 부족함의 문제일까?'

'백번 양보해서 자본주의적 논리의 편에 서서 가난이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더하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것이 있지 사람이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무리 가난이 개인의 탓이라고 치부하더라도 한 택배기사가 새벽배송을 하다 죽을만큼 잘못한게 있을까?'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빠른 대처와 방역으로 국격이 올라간다는 기사와

 너무나도 대조적인 수 많은 산업재해 관련 기사들'

 

이런 여러가지 분노의문점에서 시작한 공부,

 

나는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냉장고 앞에 써붙이고 이 공부에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했다.

 

 

 

이 말은 국제 노동기구(ILO)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확인하는

 

'필라델피아 선언문(Declaration of Philadelphia)'의 내용으로 내가 아끼는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쯤 되는 지금

 

"나는 오늘 나의 이중성에 멀미가 났다."

 

나는 주로 스터디 카페에서 공부를 한다.

그러다 스터디 카페에서 한 공시생 분과 말문을 트게 되었다.

그분과 대화를 하다가 

그 분이 3년 째, 공시를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오래하셨네...' 이런 생각이 머리를 빠르게 스쳤다.

 

그러고 나니 나도 모르게 그 분이 잠시 폰을 본다거나 

일찍 집에 귀가하시면 뭔가 3년째 공시생인 저분의 상황이

다 저분의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새벽 5시에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이며,

폰으로는 인강을 보고 있으셨고,

일찍 가는 날은 학원 수업이 있으시다고 했다.

 

"그 순간 아차 싶으면서도 

공시 준비를 3년동안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부터 

나의 뇌구조가 잘못 작동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3년 공시 준비--> 노력 부족--> 게으른 사람

 

나의 뇌구조가 혐오스러우면서도 이렇게 사고하도록 주입된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왜 나는 저 사람과 단 10분 대화한 것이 전부면서 모든 결과의 책임화살을 저 사람에게 그리도 쉽게 돌렸을까'

'나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과 구조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봤을까?'

'순간 분노는 해봤지만 문제제기를 했을까? 바꾸려고 노력을 해봤을까?'

'힘들고 각박한 현실이라고 불평은 했지만 잘못되었다고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했을까?'

 

다시 공부를 시작했던 물음표 투성이였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두들 힘들다고 소리치지만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달을 사람은 없다. 

해결의 방법은 모두가 알지만 고양이는 무섭다.

 

현실에서 고양이는 내가 구조를 탓하는 순간 패배자로 스스로 인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필라델피아 선언 문구를 좋아하고 싶다. 

그래서 고양이를 더이상 무서워하지 않고 싶다. 

 

나의 뿌리박힌 사고방식의 틀이 쉽게 깨어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노무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낡은 나의 사고방식에 제동을 걸 수 있게 항상 깨어있어야 겠다.

 

 

"내가 가지고 싶은

노무사의 자격증은

나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노동은 상품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만에 '필라델피아 선언문(Declaration of Philadelphia)'의 한 부분을 상기시켜보겠다.

 

1.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2. 표현 및 결사의 자유는 부단한 진보에 필수적이다.

 

3. 일부의 빈곤은 전체의 번영에 대한 위협이다.

 

4. 궁핍에 대한 투쟁

각국 내에서 불굴의 용기를 갖고,

또한 근로자대표 및 사용자대표가

정부대표와 동등한 지위에서

일반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자유로운 토론 및 민주적인 결정에

함께 참가하는 계속적이고

협조적인 국제적 노력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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