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뒤에 죽는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순간들을 차곡 차곡 음미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무엇일까?
나는 언제 좋을까?
불어오는 바람에 가을이 왔음을 느끼고,
탁 트인 곳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화음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는 노래를 듣거나,
동생들과 다 같이 요리를 이쁘게 해서 먹거나,
엄마 아빠가 신나게 웃는 모습을 보거나,
꼭 맘에 드는 영화를 발견해서 1주일 정도 그 여운에 사로잡혀 있거나,
서로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 둔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엄청 맛있는 브라우니에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함께 먹거나,
최애 닭발집 닭발을 집에서 따뜻하게 다시 끓여 먹거나,
아침에 요거트와 사과를 먹거나,
누군가에게 내가 도움이 되거나,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가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내 생각을 글로 쓰거나,
땀을 흘린 뒤 샤워 후 포근한 이불 속에 있거나,
귀여운 강아지와 놀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안가본 곳을 가보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편지를 쓰거나, 선물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아침 운동을 하거나,
멋지게 발표를 해내거나,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거나,
고퀄의 다큐를 보거나,
드라이브를 하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천천히 좋아하는 순간을 떠올려 본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할로윈이기보다는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이제 선선하기 보다는 쌀쌀해진 날씨가 올해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곤 한다.
뭔가 올해와 이별을 할 때가 되어서 센치해진건지
2021년을 평가대에 올려놓고 보니 두손이 초라해보여서 그런건지
조금 텁텁한 기분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가끔은 넘어지고 돌아가긴 했어도
나름 순간 순간 치열하게 산 것 같은데
이력서 위에 적지 못하게 된 나의 노력은
마치 아무런 힘이 없는 부서진 샤프심처럼
마음이라는 종이 위에 검은 자국만 남기고 돌아간다.
평소 같았으면 샤프심의 검은 자국은 지우개로 말끔하게 지워내고,
어떠한 바른 글씨를 적어나가겠지만,
오늘은 뭔가 그냥 부서진 샤프심의 검은 자국에 대한 이야기를
그냥 글로 쓰고 싶었다.
오늘의 이 감정도 얼마 못가 또 지나갈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 나의 감정에 잠시 멈춰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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